같은 시각, 키이우 외곽의 지하 벙커.
푸턴의 상대편에 있던 인물, 우크라이나 세렌코 대통령은 같은 편지를 쥐고 있었다.
방 안은 전력 절약을 위해 희미한 전등 하나만 켜져 있었고, 지도 위에는 수십 개의 푸른 표시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이스탄불이라니…”

그는 한참 동안 봉투를 내려다보다가 참모에게 물었다.

“러시아도 같은 문서를 받았겠지?”

참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통령님. 동시에 발송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선 듯 합니다.”

“한국이라…”
세렌코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오래 전 한 유엔 군사회의에서 한국 장교들과 교류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들은 실무적이고, 현실적이었지. 감정보다 체계를 믿는 사람들이었어.”

세렌코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밖에는 전쟁으로 반쯤 무너진 교회 첨탑이 있었다.
그는 낮게 말했다.

“이 편지는 단순한 초대장이 아니야. 세계가 우리에게 묻고 있어 — ‘인간의 전쟁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그는 다시 편지를 접어 가슴주머니에 넣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야. 총이 아니라 언어로, 증오가 아니라 판단으로 싸워야 해.”

그날 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들은 서로 다른 하늘 아래에서 같은 문장을 떠올리고 있었다.

“두 분의 결단을 세상이 기다립니다.”

그 문장은 단순한 외교문서가 아니었다.
그건 인류가 수백 년의 피와 증오 끝에 겨우 손에 쥔 마지막 메시지였다 — 전쟁을 끝내는 결단, 인간을 다시 세우는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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