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인생의 ‘시작’을 다르게 본다.
누군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는 학교에 들어가 사회를 배우기 시작할 때,
또 어떤 사람은 취업이나 결혼 같은 만남 이후부터
비로소 자기 인생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배운 건 조금 다르다.
진짜 인생의 시작,
진짜 공부의 출발점은
자기 모순을 깨닫는 순간이다.

‘내가 지금 왜 이 자리에 있는가.’
‘나는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 멈춰 설 수 있어야 한다.
그걸 모른 채로는 공부도, 일도, 삶도
모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다.
남이 하니까 따라 하고, 시키니까 하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모든 게 허무하게 느껴지고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 버리기도 한다.
혹은 그 허무를 견디지 못해
중독, 질병, 관계의 파탄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이 모든 혼란을 벗어나는 길은 하나다.
자기 모순을 깨닫는 것.
그게 시작이다.
‘내가 왜 이런가’를 알게 되면,
그때부터 비로소 바꿀 수 있다.
그 전에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자리다.

하지만 그걸 스스로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은 자기 잘못보다 세상을 탓하고,
자기 괴로움의 근원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래서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 필요하다.

자기의 못남을 치열하게 마주하는 순간,
그때부터 새로운 길이 열린다.
비로소 고치고 훈련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선다.
물론 쉽지 않다.
그걸 해내기까지는 끈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 그 과정을 통과한 사람만이
진짜 자기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가장 깊이 연구한 분야는 종교와 철학이다.
그중에서도 불교는 인간 내면의 작동을 가장 정밀하게 탐구해 왔다.
예전에 읽었던 불교의 화두나 선문답을 돌이켜보면,
결국 자신 안의 모순과 못남을 자각하기 위해
늘 깨어 있고 자신의 생각을 살피는 훈련이었다.
도학자나 유학자들의 수양 또한 표현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내게 그 각성을 일깨워주신 분이 천공 스승님이다.
정법강의를 들으며 흐트러지던 정신이 다시 깨어나고,
혼란스러운 마음 속에서도 중심을 되찾게 된다.

시작까지 오는 길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내 안의 모순을 발견하며,
조금이라도 나은 내일을 향해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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