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뒤, 유럽 순방 중이던 대한민국 대통령의 일정표는 공개된 것과 달리 한 줄이 더 숨겨져 있었다.
소수의 참모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조차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대통령의 일정은 “단순한 비공식 회담”으로 처리되었고, 경호팀조차 최소한의 인원만 동행했다.

이스탄불 공항의 외곽 활주로, 불빛조차 꺼진 구역에 낯선 기체들이 시간차를 두고 내려앉았다.
공항 관계자들도 어디서 온 비행기인지 알 수 없도록 신분이 위장되었다.
정상들은 각자 한 명씩의 측근만을 대동하고 곧바로 대기 차량에 올랐다.
경호 인원은 극도로 줄여 겹치지 않게 배치되었고, 터키 측은 공간만 제공하였다.
이번 회담은 사실상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회담이었다.

이스탄불 시내 한 호텔. 겉으로는
행사가 진행 중인 만찬장이었지만, 지하 한 층은 철저히 봉쇄되어 있었다.
호텔 직원들조차 출입이 금지되었고, 옆 건물 지하도로 뚫린 문으로 소수의 인원이 움직였다.

회의장에는 기다란 타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먼저 도착하자, 준비된 물만이 놓여 있었고 다른 모든 장식은 최소화되어 있었다.

잠시 뒤, 푸턴 대통령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전쟁으로 지친 흔적이 가득했으나, 눈빛만은 여전히 매서웠다.
이어 세렌코 대통령이 들어섰다.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손끝의 미세한 떨림이 그간의 압박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 사람은 짧은 악수를 나누었다.
세명의 통역 겸 참모들만이 그들을 수행했다.
공식 카메라, 보도 자료, 수행원들의 기록도 없었다. 역사에 남지 않는 회담, 그러나 미래를 결정할 회담이었다.

'생각, 시, 휴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전 시나리오 20  (0) 2025.10.21
종전 시나리오 19  (0) 2025.10.20
종전 시나리오 17  (0) 2025.10.18
종전 시나리오 16  (0) 2025.10.17
종전 시나리오 15  (0) 2025.10.16

+ Recent posts